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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짐승들/냥쭈

샤미가 많이 아팠다.



작년 말부터 방광염으로 고생하기 시작했었다.
그땐 신장이 깨끗하다고 해서 그런줄 알았다.
모래를 잘못썼나 (동생이 두부모래로 바꾸었었다)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 뭐, 신장은 깨끗하다니까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완치판정 받고 2주도 안되어 재발.
이번엔 피오줌을 쌌다.
그래 재발이 잘되는 병이니까 생각했다.

3월이되어 샤미와 할머니가 주문진으로 이사를 오고
몇주 잘 지내다가 갑자기 3월 중후반쯤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방광염 증상
그리고나서 소변을 봤는데
잘 놀더니 느닷없이 아침밥을 안먹고
축 늘어지고 흰숙이 갈 때 처럼 기운이 없었다.

그때는 너무 긴급해서 동생이 내려왔을 정도.



살 수 있는 병인지도 모르겠고
상황이 좋지 않아 들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급성신부전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물과 사료를 불려 강제급여하고
기다렸다.

열흘을 버텼다
그리고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병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와 뇨검사를 했다.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자료를 건네받아 건네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이미 감은 잡고 있었다.
모든 증상이 신부전이라고 이야기했다.

고양이집사 1n년차 내 고양이가 신부전 걸린 적은 없었지만 신부전은 고양이에게 흔한 병이다.

샤미의 정확한 상태를 원했다.
어떠한 처방이 있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나이도 있고 내 상황도 그렇고 내 신념도 있었다.

나는 고통스러운 연명치료 보다는 가능한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지내다가 갈 수 있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노령치료는 그게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자주 다닐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내게는 돌봐드려야 할 할머니도 있고
내 일도 있다. 집은 큰 공사를 세개나 준비중이고
주문진에서 강릉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다.
비용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과는 신부전 3기.

전에 다니던 병원 선생님이 궁금해하셔서 자료 보내드리니 신부전 2기 같다고 하셨다.



크레메진이라는 약을 처방받아오고
(영수증엔 크레메진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찾아보니 레나메진이었다.)
먹는건 일단 습식 위주로 잘 먹는 것들을 먹였다.
무엇을 먹이는가 보다 일단 스스로 먹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중요했다.


기운이 없어 침대 오르내리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발목을 삐었는지 걷질 못해서 얼음찜질에 화장실까지 하루 몇번 넣어주고 빼주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발목은 일주일만에 가라앉았고
샤미는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저 스크래쳐기둥을 보며
다시는 못 긁을 줄 알았는데
스스로 나와 긁는걸 보고 할머니와 기립박수를 쳤다는 후문.



발목은 나았지만 언제 또 그럴지 몰라
애견용 계단을 샀다.
개랑은 침대를 같이 안쓰는 편이라
저런걸 내가 살 줄은 몰랐다.

고양이도 늙고 아프면 필요한게 많아진다.
화장실도 집사 편의 위주에서 (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냥이가 들어가기 복잡하게 돼있는 화장실을 사용한다.)
냥이가 아프면 드나들기 쉬운 (턱이 낮은)화장실을
사용하는게 좋다는걸 이번에 깨달았다.



지금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상태까지 컨디션을 회복했다.
레날 어드벤스드와 레날k를 보조제로 먹이고 있다.



엊그제는 심심해해서 아랫집(원래집)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닭밥 주는 동안 아들한테 하악질하고 빈센트 쫒아다니면서 괴롭힘.

신부전은 나을 수 있는 병은 아니다.
고양이에게는 투석할 수 있는 장비도 없고 신장이식도 없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홈케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시기는 하셨다.

하지만 알고 있다
누군가는 신부전은 돈 쓰는만큼 사는 병이라고 이야기 했다. (고양이 이야기이다.)

나는 부자가 아니기도 하지만..
늘 어디까지 해야하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것은 사실 많은 냥집사 개집사들의 고민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사실 답은 없다.
그리고 당신을 비난할 사람도 그럴 자격도 없다.

최근 큰 병원에 갔다가 너무 큰 비용에 그 처치를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 수의사에게 애를 포기하겠냐고 비난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누가 봐도 할만큼 했다.
할만큼 했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또 그것은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보호자라고 그걸 안해주고 싶겠나
애가 아프면 내가 왜 부자가 아닌가부터 시작해서 난 왜 수의사가 되지않았을까 까지 별노므 생각이 다 드는데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수의사가 수의사의 자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없으면 키우지마 소리도 함부로 하는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인걸(먹이나 환경) 댈 수 없는 사람이 키우겠다고 욕심 내는건 동물이나 자신에게나 서로에게 고통이기에..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20대 회사원이 돈없는게 비싼 커피와 택시비 때문이라던 개소리랑 이어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아프니 생각이 많다.
그렇지만 내가 샤미에게 원하는 단 한가지는
편안하게 우리 곁에 있다가 가주길..

가는 날을 내가 정할 수는 없지만
그 날에 난 네게 고맙다고 이야기 할꺼야.

지금은 그저 잘 먹어줘서 고맙고
잘 놀아줘서 고마울 뿐.

네 평생의 소원
흰숙이에게 가려서 하지 못했던 여왕질
원없이 하다 가려무나.



핵 횡설수설이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