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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짐승들/동물농장 in 주문진

진주린우키 이사 :D





겨울의 시작 즈음에
건조 때문에 코는 막히는데, 수건 널어놓는게 귀찮아서
어항을 하나 들여놓기로 결심 했었다.


처음에 들여놓았던 어항은 필그린 이라는 어항이었는데
가로길이가 22cm밖에 안되는 개 코딱지만한 어항에
욕심은 많아서 물고기를 여럿 집어넣었다가
무식이 죄라고 여럿 천국으로 보내고 진주린 한마리만 살아남아
어항을 누비고 댕겼었다.

근데 그노므 어항이 물이 들어있는채로 번쩍 들어 옮겼더니 (힘자랑하는 26세 처자..)
물이 새는게 아닌가 ㅠㅠ

물만 닦아내고 걍 두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엊그제 어항을 새로 구입했다.

이번에는 30x30 큐브어항에 소리안난다는 걸이식 여과기를 구입했는데
정말 맘에 드는건 둘째치고
요녀석 친구 만들어주려고 같이 입양한 진주린이 죽어서 도착했다 ㅠㅠ

그나마 구피 한쌍은 멀쩡 했는데
아침에 보니 구피 여자애가 읍어...
불안해...
여과기를 열어보니 안녕히 가셨다 ㅜㅠ

난 다 조립하고 물 잘 빨려들어가길래 다 된건줄 알고
부품이 남았네 ! 하면서 그대로 두었더니..

아침부터 속상.. 무식이 물고기를 죽이는구나..






좌 : 진주린 우키씨(사실 성별은 모른다;;)
우 : 급 솔로가 되어버린 하프블랙구피 구돌씨.




애도를 뒤로하고
어항을 보니 요녀석 둘 키우기에는 너무 커 보여서
다른 물고기도 좀 데리고 올까 쇼핑몰을 한참 구경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많아서 무엇하겠는가. 였다.

이름 붙일 수 있을 만큼만.
예뻐할 수 있을 만큼만.

흰숙이 깜숙이처럼.

그렇게 정 주면서 살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친구는 언젠가 연이 닿으면 그때 데리고 오지 뭐. 하고 마음을 접었다.

이젠 어항이 커서 진주린 우키가 수초 쓰러뜨릴 일도 없고

의외로 새 친구 구돌이랑도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D








중고등학교때 쭉 키우던 금붕어 주황이와 왕눈이가 생각났다.
7-8년쯤 살았던 것 같은데 고녀석들은 밥 안주면 사람 지나갈 때 물튀기는 녀석들이었다.
주황이가 죽고는 눈물이 나서 혼났다. 한낱 물고기일지라도 내 삶의 일부분을 공유한 녀석이 떠나는것은 마치 내 삶의 한구석이 베어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명이 아닌가.
함께 하기로 했으면 그만큼 사랑을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하루.


오랫동안 방치했던 녀석이게 우키라는 이름을 붙여준 순간
더 없이 소중한 녀석이 된 것 같은 느낌..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