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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짐승들

자연식에 대해 생각하다.




사진은 '내'가 책 읽으려고 가져다 놨건만 '나'는 앉을 수 없는 흰쭈여왕님 전용 안락의자 입니다.

못생겼어.. (복수)

지분좀 달라고 엉덩이 들이밀었다가 손꼬락 물렸어요 야수야 이건..




자연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겁니다.

흰숙이는 어렸을 때 부터 구토를 잘하는 편이었기에 (신경질 나면 토해버림)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지만, 나이 들면서 소화를 잘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게 요즘 일상이 되면서 (신경질 나서 하는 구토와 소화가 안되어 하는 구토는 내용물이 다르지요.. 신경질 나서 하는 토는 침뱉는거 비스끼리해요 -_-;;;)

사료도 자극이 적은 걸로,
간식도 닭가슴살 직접 삶아서,
잘게 찢어서 천천히 먹게 조금씩 드리곤 합니다.
안그러면 급하게 드시고 우웩;;

요 며칠은 컨디션이 부쩍 나빠서 신경을 많이 쓰는 중이었는데, 쉽사리 병원에 가지 못했던게 병원에 가면 언제나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구토를 해대는 통에 (나름 주치의이신)수의사선생님이 왠만하면 델꾸오지 말라고 하셨던게 걸려서.. 갔다가 더할 것 같기도했거든요.




그리고 제 생각 바탕에
사람 먹을 걸로도 장난하는데 냥이(개) 먹을 걸로 장난 안하겠나 하는 기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는 것도 한몫 합니다. (원래 의심이 많은 성격이죠:유전임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료를 먹이는건 그거죠 '편의성'

아 물론 전적으로 제 의견일 뿐이며 다른 분들에게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적용해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유난 떠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친한 수의사쌤은 자기네 병원 오는 사람중 유난 순위에 제가 있다며;; )


요즘 닭을 키우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먹이란 무엇일까.

닭에게 산란용 사료를 먹입니다.
일반적으로 산란용 사료만 먹이는 경우가 많아요.

닭 사료에는 파쇄된 옥수수, 뭔가 분말(곡식가루로 추정되는), 항생제, 모래 등이 들어있습니다.
(닭은 모래도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뭐가 들어있나 표시를 봐도 재료는 써있지 않고 사료 성분만 적혀있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사료만 먹였습니다.초보가 무슨 생각을 합니까 닭도 첨보는데 ㅋㅋ

알을 잘 낳지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사료만 먹이는 것이 닭 '몸'에 별로 안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료값 절감할 겸 싸래기(깨진쌀 정미소에 가면 팝니다)를 섞어 먹이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게,

지금은 사료, 그리고 청치(덜익은 쌀), 잡곡싸래기, 벌레났다고 이웃이 준 잡곡, 그냥 싸래기, 달걀껍질+조개껍질 간것, 고추씨를 효소와 섞어 아침,저녁으로 먹이고
점심쯤 배추를 한번 먹입니다.
배추는 경동시장에서 겉절이용으로 모아 파는 겉 껍데기들을 사다 먹어요. (부모님이 일 때문에 서울에 일주일에 한번 가시는데 사무실 근처에 경동시장이 있어서 개이득!)

밥을 닭 전용 사료통에 부어놓지 않는 이유는 어찌되었건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꿀토끼 숙언니(=저)의 개똥철학 때문입니다. 동물은 밥주는 재미 아닙니까 ㅋㅋ 뿐만 아니라 변화나 이상징후를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타이밍이기도 하구요.

여러가지로 추가 된 것은 어느 행사에 참석 했다가 완전한 방사 유정란을 예약받는 한 농장에서 자신들이 키워 얻은 계란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셨던 '사료는 하나도 먹이지 않고 오직 우리 땅에서 난 좋은 것들'목록에서 보고 참고했네요.

현재 알이 전처럼 많진 않지만 (여름에 더워서 줄었던 알의 갯수가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중이에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다른 집 닭들이 계속 죽어나가던 폭염 속에서 우리 닭이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지나왔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건강한 먹이였을거라고 확신해요.

날씨를 따지더라도 닭 동호회의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그냥 사료만 먹이는 경우보다는 알이 적은건 맞는 것 같습니다.

+물은 항상 일정양 흘러넘치게 해두었습니다.
물통이 커서 거기서 기러기들은 목욕을 하기도 합니다 -_-;; 식수와 목욕통의 개념이 없는 놈들이에요 ㅋㅋ 그래도 계속 흘러넘치니 물이 깨끗하고 시원하게 유지되네요. 기러기 분양 받을 때 애들이 목욕을 하면 알이 비려진 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 딱히 차이점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너저분해져서 좀 더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죠...

+사담이지만 저는 시시때때로 언놈을 냠냠할까
어떻게 해야 닭을 스트레스 없이 잡을 수 있을 까 (한번도 안해봄)를 닭 카페를 드나들며 연구하는데, 우리 닭은 먹는 닭이 아니라며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는 울 아버지 (55세 기러기아빠, 그 기러기 말고 진짜 기러기) 덕분에 아마도 제 꿈은 먼 훗날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딴소리는 접어두고 이렇게 기르는 것이 어느정도 지저분해짐을 감수해야 하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며 신경을 많이 써야하지만 닭이고 기러기고 천하태평,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걸로 보입니다.

티비에서 얼마전에 보도했었죠.
방사 유정란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지,(허가가 나는지) 목초 먹인 달걀은 사료에 목초액을 섞었다라는 이야기라는 것을 듣고 예상은 했지만 헐.. 했던건 저만이 아니었겠죠.

의도했다기 보다는 그냥 동물을 좋아하는 저희 가족이 뭐가 뭔지는 잘 몰라도, 이왕 키우는거 행복한 삶을 살게 해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이 나름 괜찮은 방사유정란 비스끼리한걸 만들어내고 있네요. ^^ 줄어든 알의 양이 적은게 아니라 사실 그게 적당한 것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시간밖에 안재운다는 양계장 달걀보다는 훨씬 나을꺼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있어요. 닭이 알 낳는거 보면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닭을 키우면서 바뀐 삶의 자세중에 하나네요.

(모든 양계장이 다 그럴꺼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부이길 바랍니다.)

뭐 닭 얘기는 여기서 접어두고,

처음에는 흰숙이의 습관성 구토를 어떤 약으로 잡아야 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처방 약을 내리려나, 무슨 영양제가 도움이 될까.

그러다 오늘, 생리통때문에 일을 쉬고 도입부만 좀 읽었던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 이라는 책을 보며 이제는 머릿속에만 있었던 자연식이란걸 실행으로 옮겨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네요.

저도 반려견을 전공했고, 배운대로 사료가 제일 좋아요. 사람 먹는건 먹이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 해왔습니다.


그치만 사실 제 개는 사람먹이는 것 중 해가 안되는건 줘 왔습니다.

예를 들면 과일 껍질이나 과일 (속살은 잘 안줌)
닭 손질하고 남은 부산물을 주기도 하고 기력이 달리는 여름이나, 너무 추운 겨울에는 생닭을 통째로, 간식으로 날계란(지금은 짤없음), 간이 되지 않은 개에게 해롭지 않은 종류의 음식들은 가끔씩 급여하곤 했어요. 대형견이다 보니 좀 가벼운 마음으로요.

생식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복잡한 영양제 공부를 하고싶지도 않고
영어가 충분하지 않는 상태에서
(충분은 커녕.. 아시죠? ㅋㅋ 젠장)
남이 번역해둔 자료만 보고 공부해야 하는 것
은 핑계고 너무 복잡해서 시작할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밥을 먹을 때, 영양에 대한 것을 수치까지 따져가며 먹지 않는다 라는 것이요.

과연 자연스럽게 먹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지만 않으면 되는게 아닐까.

개에게 가장 자연수러운 것은 무엇인가
고양이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물론 기본적인 것 (먹여서는 안되는 것, 과해서는 안되는 것, 결핍되면 안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할 생각이지만 수치를 따져가며 시작하기 보다는 조금은 쉬운 방법으로 자연식을 시작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저 또한 요즘 체중증가로 인해 유난히 심해진 갖은 알러지 (저는 가공식품 먹으면 알러지가 심하게 올라옵니다. 고기도 종류에 따라 ㅜㅜ 풀만 먹고 살아야 하나요 내사랑 취킨!!) 때문에 자연식을 고민하던 차에 잘됐습니다.

완전히 사료를 끊어야지! 가 아닌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이
나중에는 큰 변화로 오지 않을까? 하는
대단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이 혼자 복잡하다 보니 정리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