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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내 꽃밭

당신이 꺾는 그 꽃은,








겨울에 화단에 심은 백합이 피기 시작하였다.




사실 몽우리가 맺힌 지 오래되었고 빨간색 백합은 몇주간 동네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다가 얼마 전 비올 때 떨어졌다.


사진은 처음 몽우리가 맺혔던 녀석인데

누군가 구근식물인걸 모르고 뽑으려다 꺾어지자 버려놓은 것으로,

정말 속상했지만 혹시나 해서 화병에 담아 둔 녀석이다.


어제만 해도 몽우리가 좀 커진 느낌이네 .. 혹시 정말 크는건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오늘 베란다 문 단속하며 보니 저리 예쁘게 피어있다.


향도 너무 좋고. 너무 예쁜 녀석이라 오늘 가족들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었다.






그런데 일희일비라는 것인지.

나는 제대로 보지도 못한 화단에 핀 흰 백합을 (이녀석도 오늘 피었다.)

누군가 꺾어갔다.




참 슬펐는데 분노하지 않으려고

하나님이 갚으시리 (으드득..) 하고 말았다.

(사실은 하나님 그노므 손모가지를..! 하는 못된 생각도 하였다.)



사람들이 참, 못배웠다.


나는 못배웠다는 말을 이럴 때 쓰곤 하는데

왜 이것이 도둑질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한걸까.


누군가는 그 꽃을 겨울부터 기다렸다.

한개에 삼천원짜리 구근을 사며,

성경속에서만, 혹은 조화로만 보았던 백합을 상상하며

자주 자주 물을 주고 매일 매일 들여다 보았다.


그 백합은 삼천원짜리가 아니다.

그 누군가의 사랑의 값은 책정할 수가 없다.


그 누군가는 한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엄마도 할머니도

정마트 아주머니와 동네 사람들도

그곳에 어떤 녀석이 피어날까. 그저 소중히 바라만 보고 있던 그 마음은

값을 측정할 수가 없다.



마음으로 미워하다가 문득 겁이났다.


나는 어떠했는가?


나는 누군가의 소중한 무언가를 가벼운 마음으로 짓밟지 않았는가.


값을 측정할 수 없는 그 백합을 따갔던 그 누군가가

도둑질을 할 생각으로 그것을 따진 않았겠지.


어쩌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너무 예뻐서 아무생각 없이 손이 갔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없어졌다. 

안그랬을꺼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무의식중에 

누군가의 마음들을 짓밟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괜찮다. 그러니까 마음을 풀자.


그저 누군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내일은 글귀를 하나 붙여야겠다.


'당신이 꺾는 그 꽃은 , 우리 할머니가 겨울부터 기다렸던 그 꽃입니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면 

내가 갚지 않아도 하나님이 갚으실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