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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 있는 망상/치매 가족의 이야기

치매 간병 일기의 시작



지난주 할머니 핸드폰을 새것으로 바꿔드리며
할머니에 대한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효도폰으로 바꾸어 드렸는데 효도폰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쓰시기에 너무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주
세달만에 친구와 외출한 세시간 사이에
엄마에게 sos가 와서 집에 와 보니
할머니와 아빠가 마음이 상해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4년 전
느닷없이 헛것을 보고 헛것과 대화하시고 하시는 증상이 나타나셔서 다니시던 경희의료원 신경과에서 검사 한 결과 노인성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그 전까지 너무나 멀쩡하셨던 할머니시라
가족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고

일부 가족은 그럴리 없다며 부인하기도 했었다.

지난 4년간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문진에서 즐겁게 지내시던 할머니가 느닷없이 장에 문제가 생겨 돌아가실 뻔 하시기도 했고
수술하시고 회복하시는 중에 치매증상의 악화로 가족간 분란이 생겨서 고모댁으로 가시기도 하셨고
10개월 가량 모시고 계시던 고모가 할머니 성화에 결국 서울 집으로 올라가시기도 하셨고
내 동생이 지난 1년 반동안 할머니를 모시며 서울 생활을 하다가 결국 미칠 지경이 되어 다시 주문진에 집을 얻어 모시고 오기까지 하였다.

이사오셔서 잘 지내시고 안정이 되시는 듯 하더니
3개월 만에 다시금 뜬금없이 사람 속을 뒤집으셔서 일어났던 어제 일로 이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느닷없이 밤 9시에 아부지 지인분이 집에 방문 하셨는데 요양센터 설립 계획을 가지고 우리 할머니를 포섭(?) 하고자 방문하셨던 것이어서 우리는 그 분께 자세한 설명과 절차를 들을 수 있었다.

어제 자신은 금식해서 혈당 떨어져 죽을꺼라던 할머니는 주무시기 전에 귤 달라고 하시더니 이거 먹으면 내일까지 혈당 안떨어진다며 어쨌든 꿀잠 주무신 듯 하다.

가족의 상한 마음을 만지는 것도 어렵고
할머니의 그런 치매증상 / 주 증상으로는 느닷없이 화를 낸다던지 이미 끝난 예민한 이야기-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를 들쑤시며 아무리 대답해드려도 이해하지 못하고 끝없이 화를 내는 증상, 본인은 화내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면서 남이 그것에 대해 화가나서 화를 내면 억울하게 상대방이 화냈다고 이야기한다 /에 대비하는 것도 참 어렵다.

그렇기에 이렇게 치매 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 할머니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다른 치매 가족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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