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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짐승들/멍쭈

몽숙이 이야기



몽숙이 5개월 무렵. 봉숙이와 함께



몽숙이를 키우게 된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난 경주 모 대학에 있었던 반려동물 관련 학부에 재학중이었다.

그저 동물이 좋아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게된 학교였다.


당시 훈련사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던 난

욕심이 많았기에 열한마리가 넘는 개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어떤 교수님의 보더콜리도 있었는데 

그 아이를 돌보며 새끼를 받아주었던 적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그중 한마리를 내게 보답(?)으로 주셨지만

나랑 보더콜리는 맞지 않는 편의 견종이란 생각에

훈련소를 하시는 교수님께 그 아이를 보냈다.


*보더콜리는, 아질리티(장애물 경기)나 원반경기 등에 많이 출전하는 견종으로 굉장히 활동적이며 영리하다. 견주와 함께 호흡하며 애견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견종이지만 난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이 보통 이하인데다가 활동적인 녀석은 봉숙이 하나로도 충분... 아니 벅찼다..


그리고  훈련소를 하시는 다른 교수님의 개인 시바이누 '토마스'의 쇼 출전을 위해 단기간 관리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난 그 잘 말린 꼬리와 튼실한 엉덩이에 반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졸업을 앞둔 어느날, 교수님의 훈련소에는 예쁜 시바이누 아가들이 태어났고, 난 몽숙이를 선물받았다.




2개월 무렵의 몽숙이, 도무지 생물(?)같지가 않았다.


처음 왔을 때의 몽숙이는 너무나 작고 귀여운 곰인형 같았다.

이름은 마모루 라고 지었는데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지 않고 어쩐지 몽숙이라는 이름이 붙어버렸다.


시바는 기본적으로 온순한 편에 속하나, 분명 성격이 강한 견종인듯 싶다.

몽숙이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서열을 잡아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 후 몽숙이가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다.



걸터찍은 몽숙이. 때문에 봉숙이 단독샷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몽숙이 단독샷은 많다.



몽숙이는 봉숙이와도 아주 잘 지냈다.

물론 가끔 서열에 반감을 느낀 몽숙이의 반란으로 인하여 머리에 빵꾸가 나는 등의 사고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때까지 만 해도 난 몽숙이에게 기본적인것 이상의 정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첫 훈련개인 봉숙이에게는 분명 2년동안 같이 구르고 뛰고 뒹굴며 혹은 치고 받고 싸우기도 하며 보통의 개 이상의 정을 주고 살았던 반면에 말이다.


그래서일까? 몽숙이는 조금 지나친 질투쟁이로 자라났다.

사진을 찍어도 봉숙이 혼자 찍게 하는 법이 없었으며,

봉숙이를 한번 만지면 저를 두번은 만지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었다.





후 어느날, 집안 사정으로 봉숙이와 몽숙이를 교수님의 훈련소로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가고 난 이사를 하고, 아이들을 보러 훈련소에 놀러갔는데, 봉숙이는 잘 지내고 있는 반면에 몽숙이는 여러가지 이유로 격리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고민하고 기도하며 준비해서 몽숙이를 먼저 데리고 오기로 결심했다.




다시 온 몽숙이. 많이 말라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대공원의 신예스타로 떠올랐다(?)


다행히 잘 풀리게 되어 무리없이 몽숙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데리고 온 몽숙이는 관리가 되지 않아 살이 많이 빠져있었고, 시골 촌구댕에 있었던 티를 내는건지 쥐벼룩 백마리를 달고왔다.



그 후 몽숙이와의 시간들을 보내며, 우리는 그 전에 보냈던 긴 시간들 보다 그 짧은 시간 더 많은 애정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몽숙이를 데리고 오는걸 계기로 해서 몇달 후 봉숙이도 탈 없이 데리고 올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런 몽숙이는 몽숙이 실종사건을 통해 다시금 몽숙이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임을 되새겼고 말이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몽숙이의 출산^^



이렇게 여러가지 일을 겪은 우리 몽숙이가, 지난 일요일 (4월 29일) 출산을 했다.

건강한 왕자님 둘을 낳았는데, 저를 똑 닮은 황구녀석들이다.


사실 배가 별로 부르지 않은데다가, 예정일이 아슬아슬 지나갔기 때문에 상상임신일까 걱정했지만 염려는 부질없이 똑 닮은 녀석들을 낳아놓으니 너무도 기특하다.


샘 많고 장난꾸러기인 애교쟁이 몽숙이 녀석. 

한없이 아가인줄 알았는데 아가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짧은시간 많은 일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어리석은 주인때문에 고생한 몽숙이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면 운명이란 생각도 든다.


내겐 숙 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가족이 되는 징크스(?)가 있는데


흰숙이로 시작해서 깜숙이, 샴숙이

그리고 봉숙이 몽숙이가 그러하다.


내 가족이 될 연이었기에 내가 그렇게 짓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넌 몽숙이가 되었구나.


이렇게 행복하게 든든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몽숙이에게 주어진 삶의 날들이 길기를. 

내 곁에 오래 오래 있어주기를 기도한다.



사랑한다 몽쭈.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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